먹는 미녹시딜이 도포제보다 효과가 좋은 이유

바르는 미녹시딜은 피나스테리드와 함께 FDA가 탈모 치료 목적으로 승인한 유이한 약물입니다. 비교적 부작용 우려가 적으면서도 모발이 굵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께 권해드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낭의 황산 전달효소가 부족한 사람에게는 바르는 미녹시딜의 효과가 많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모낭의 황산 전달효소가 부족한 분들은 미녹시딜 사용을 포기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경구 미녹시딜을 복용하면 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호주에서 발표된 연구로 미녹시딜 설하정을 탈모 치료 목적으로 쓸 수 있을지 살펴본 연구입니다. 연구 자체의 내용보다 논문에 담긴 황산 전달효소에 대한 내용이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복용하는 미녹시딜은 그 자체로는 약리학적인 활성을 갖지 않습니다. 체내에 흡수된 후 간이나 모낭에 존재하는 황산전달효소에 의해 미녹시딜 황산염(minoxidil sulfate)로 전환되고 나서야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황산전달효소의 양이 크게 차이 난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만일 모낭의 황산 전달효소(thermostable phenol sulfotransferase, SULT1 A1)가 적다면 미녹시딜의 효과가 줄어듭니다. 특히 미녹시딜 도포제의 효과가 더 크게 떨어집니다. 미녹시딜은 용해도가 높지 않아 농도를 높이더라도 피부를 통한 흡수량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신 흡수량이 매우 낮아 간에서 미녹시딜 황산염으로 전환되는 양이 미미합니다. 그래서 모낭에서 직접 전환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반면 경구 미녹시딜은 전신흡수량이 높기 때문에 간의 황산 전달효소(hepatic dehydroepiandosterone sulfotransferase, SULT2 A1)를 통해 미녹시딜 황산염으로의 전환이 가능합니다. 물론 모낭에서 직접 전환되는 양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만 복용량을 늘리면 간에서 전환되는 양도 늘어나기 때문에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j-

 

모발이식 흉터 줄이기_트라닐라스트(tranilast)

모발이식을 받는 분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흉터입니다. 채취 부위의 흉터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은 비절개 수술만 고집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비절개 모발이식도 흉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채취량이 많다면 흉터의 총량은 절개보다 많아지기도 합니다. 체질적으로 켈로이드가 있거나 비후성 반흔이 쉽게 생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모발이식을 하는 의사들은 흉터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무흉터 봉합법, 두피 마사지, 작은 직경의 펀치, 트리암시놀론 주사 등이 대표적입니다. 오늘은 모발이식 흉터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트라닐라스트라는 약물에 대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https://europepmc.org/article/med/1376711

트라닐라스트는 리자벤이라는 상품명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원래 기관지 천식의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약인데 섬유아세포가 콜라겐을 과도하게 합성하지 못하게 억제해서 흉터를 부드럽고 작게 만듭니다. 콜라겐 합성을 억제한다니 피부를 상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실 수 있습니다만, 다행히도 트라닐라스트는 정상 조직의 섬유아세포의 기능을 억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켈로이드 및 비후성 반흔처럼 비정상적인 조직에서 TGF-beta1이라는 사이토카인의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콜라겐의 합성을 억제합니다.

좌측의 그래프는 켈로이드 조직에서의 콜라겐 합성량입니다. 우측의 정상 조직에 비해 콜라겐이 과다하게 합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트라닐라스트를 사용하면 콜라겐 합성량이 감소하고, 그 효과는 트리암시놀론과 유사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트리암시놀론과는 달리 정상 조직에서는 콜라겐 합성을 저하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트리암시놀론은 주사로 사용해야 하는 반면 경구 제제로 복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트라닐라스트의 효과는 다양한 사례에서 입증되어 왔습니다. 제왕절개 과정에서 생기는 큰 흉터 뿐만 아니라 여드름 흉터처럼 작고 개수가 많은 흉터에도 효과적이었습니다. 절개식 수술, 비절개식 수술에서 생기는 흉터에 모두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제왕절개를 한 산모들에게 흉터의 절반은 트라닐라스트가 포함된 겔, 나머지 절반은 일반적인 겔을 사용하게 했습니다. 9개월 이후 연구자와 산모가 각각 흉터의 크기와 모양에 대해 평가했는데 양쪽 모두 트라닐라스트를 사용한 쪽의 흉터에 대해 더 큰 만족감을 보였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40명의 여드름 흉터 환자에게 절반은 트라닐라스트가 포함된 겔, 나머지는 플라시보(위약)를 사용하게 했고 5개월 시점에서 흉터에 대한 만족감을 평가했습니다.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트라닐라스트를 사용한 그룹의 만족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특히 색소 침착과 발적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모발이식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되어 흉터에 대한 우려가 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상황입니다만, 조금이라도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찾아내는 것이 책임감 있는 의사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병원에서 수술받으시는 분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앞으로도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만한 자료를 공유해드리겠습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j-

조합약을 먹지 않고 바를 수 있을까?

스피로노락톤,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방식을 조합약이라고들 합니다. 장기 사용 시 안전성이 확인된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와는 달리 스피로노락톤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에 사용하는 의사들이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탈모 개선 효과만 놓고 보면 스피로노락톤을 무조건 배제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에 비해 남성호르몬을 더욱 강력하게 차단하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는 분도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전신 흡수량을 줄여 두피에만 작용시킬 수 있다면 스피로노락톤은굉장히 좋은 치료제가 될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연구는 알닥톤을 미녹시딜과 함께 두피에 도포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본 연구입니다. 60명의 남성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1은 미녹시딜만, 그룹2는 스피로노락톤만, 그룹3은 두 가지 약제를 모두 도포해서 탈모 치료 효과를 비교했습니다. 아래의 차트에서 보듯 미녹시딜과 스피로노락톤을 동시에 사용한 그룹에서 각 약물을 단독으로 사용한 그룹에 비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직학적으로도 모발의 상태가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연모가 줄어들고 성모의 비율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아래 사진의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이 연모인데 치료 후 검은 화살표가 가리키는 성모로 변한 것이 확인됩니다.

바르는 형태이다보니 20%의 환자에게서 피부 트러블이 발생했으나 성 기능과 관련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물론 참가자 수가 60명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 연구라는 점을 감안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스피로노락톤을 도포제로 판매하는 제약사가 없어서 직접 사용해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바르는 피나스테리드 제제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 계속 늘어나는만큼 제약사들이 이런 새로운 컨셉의 치료제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