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이식 수술 시간이 모낭세포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

모발이식을 할 때 공여부에서 채취된 모낭이 이식되기 전까지 몸 밖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체외시간(Out of body time)이라고 합니다. 피부 조직 안에서 보호받아야할 모낭이 몸 밖에 나와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장기보존액 등 특수한 약품을 사용해서 모낭을 보호하거나 수술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지금까지 체외시간에 따라 생착률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이 있었지만 모낭세포 하나하나가 온도와 시간에 따라 어떤 비율로 파괴되는지에 대해 조사한 연구는 드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다룬 연구가 있어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지난 해 중국의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입니다. 25세 남성, 45세 남성 두 명을 대상으로 비절개식으로 모낭을 채취한 뒤 체외시간을 1,2,4,8시간, 저장액을 생리식염수와 링거수액으로 나누어 모낭세포의 생존률과 생착률을 비교했습니다.

위 사진은 24세 남성의 모낭 세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얼마나 파괴되었는지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포의 손상률이 상승하는데 4시간 이후에는 비교적 일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모낭 보존 온도는 섭씨 4도, 용액은 링거수액을 사용했을 때 모낭세포의 생존률이 가장 높습니다.

45세 환자의 모낭세포 역시 유사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4도, 링거수액이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자료를 보면 체외시간이 1시간을 넘어가면 생착률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오해하시기 쉽습니다만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모낭이 마르지 않도록 잘 보관하면 체외시간이 8시간 정도 지나도 90% 정도의 생착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돼있습니다. 이 연구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의 24세 남성의 이식부 좌측에는 8시간 보존한 모낭을, 우측에는 4시간 보존한 모낭을 이식했을 때 평균 생착률이 각각 93.63%, 95.17%로 측정되었습니다. 오래 보관한 쪽이 결과가 조금 더 안좋기는 하지만 평균 1.5% 포인트에 불과한 차이입니다. 저희 클리닉은 수술 중 체외 시간이 4시간을 넘어가는 일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수술 시간으로 인한 생착률의 손해는 더 적을 것입니다. 

체외시간이 길어지면 모낭세포는 많이 손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생착률은 비교적 높게 유지되는 것은 모낭 단위 전체의 생착을 위해서는 모든 모낭세포가 살아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직으로서의 필수적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세포가 유지된다면 이후 새로운 세포가 생성되며 빈 자리를 무리없이 메꾸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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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치료 신약 세티피프란트, 임상 2상 결과

탈모치료제로 개발 중인 세티피프란트(Setipiprant)라는 약물이 있는데, 탈모를 일으키는 PGD2(prostaglandin D2)라는 물질의 작용을 억제하는 기전을 통해 효과를 기대하는 약입니다. PGD2가 수용체에 붙어서 작용을 하게 되는데, 이 수용체에 작해서 PGD2가 역할을 못하게 하는 원리죠. 

며칠 전에 임상 2상a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169명을 대상으로 6개월, 8개월 즈음에 효과를 평가하였는데, 부작용이 크게 없이 안전하였으나 모발을 성장시키는 효과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결과입니다. 

탈모치료 신약들은 끊임없이 많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효과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연구 자체도 굉장히 드뭅니다. 개발 단계에서 이목을 끌어서 사람들을 기대하게 만들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후속 연구결과 발표가 없는 신약이 정말 많거든요. 몇 년간 후속 연구결과가 없는 신약은 좋은 결과가 없기 때문으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연구는 끊임없이 중간 결과를 발표합니다. 

다른 신약들에 대한 정보도 후속 연구들이 나오면 리뷰해드리겠습니다. 

논문원문: Setipiprant for Androgenetic Alopecia in Males: Results from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Phase 2a T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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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스테리드가 신경 스테로이드에 끼치는 영향

피나스테리드, 그리고 두타스테리드는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T)을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 DHT)으로 변환하는 5알파환원효소의 억제제(5-alpha reductase inhibitor, 5ARi)입니다. 5ARi를 복용했을 때 성 기능 장애를 겪는 이유로 많이 지적되는 기전은 DHT가 음경해면체의 구조를 유지하고 산화질소 합성효소의 기능을 촉진한다는 점입니다. 발기가 정상적으로 일어나려면 중추신경계와 말초조직의 유기적인 협동이 필요한데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모두  말초조직에서의 DHT 합성을 차단하기 때문에 발기부전 등의 성 기능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추론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추신경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두 약이 차이가 클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두타스테리드는 피나스테리드에 비해 분자량이 커서 뇌-혈관장벽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두타스테리드는 뇌척수액의 DHT 농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의사들이 소위 말하는 브레인 포그 현상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였습니다. 이 추론이 사실이라면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했을 때는 브레인포그가 발생하지 않아야하지만 실제로는 두타스테리드를 쓰고도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의사들의 이러한 추론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게 하는 연구 자료가 있어 여러분들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두타스테리드도 피나스테리드와 마찬가지로 뇌척수액의 T 및 DHT, 다른 표현으로 신경 스테로이드의 농도를 떨어뜨린다고 합니다. 

2020년 이태리에서 나온 연구입니다. 전립선암 때문에 전립선절제술을 앞둔 마흔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전 6개월 간 절반(Group A)은 알파억제제만, 나머지 절반(Group B)은 알파억제제와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하게 하고 척수마취 중 얻은 뇌척수액에서 T와 DHT의 농도를 측정해서 비교했습니다. 아래의 자료가 이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결과를 담은 차트입니다. 

두타스테리드를 복용한 군(Group B)가 알파억제제만 복용한 군(Group A)에 비해 뇌척수액의 총 T 농도와 DHT 농도가 훨씬 낮았다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추론대로라면 뇌척수액에서의 T와 DHT 농도가 두 군 사이에 별 차이가 없어야하는데 실제로는 극명한 차이가 나타난 것입니다. 

피나스테리드는 이미 신경 스테로이드의 농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 있었으나 두타스테리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것은 이 연구가 처음인 것으로 보입니다. 연구자들은 5ARi의 성 기능 부작용이 신경 스테로이드의 농도 감소로 중추신경계가 성 기능을 조율하는 능력이 저하돼서 발생할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신경 스테로이드는 성 기능 뿐만 아니라 인지 능력, 행동 장애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추정되고 있는데,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브레인 포그 현상이 단순한 노시보 현상이 아니라 탈모약 때문에 발생한 부작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비슷한 실험군에서 피나스테리드가 끼치는 영향이 조사되지 않았고 연구가 굉장히 침습적이라 전립선암 환자라는 특별한 모집단에서만 실험이 진행된 점, 그래서 대상자 숫자가 너무 적다는 한계 때문에 이 연구 하나만으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관련된 연구가 더 나오면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 공유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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