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 줄이기_뱅글 팔찌의 의외의 용도

새로 발표된 연구들을 살펴보다 보면 저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는 연구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황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연구도 있고 일견 사소한 아이디어 같아 보이지만 왜 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주제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연구는 둘 사이 어딘가의 림보를 떠돌고 있는 듯합니다.

가끔 모발이식 중 출혈이 심한 분들을 뵙게 됩니다. 결과에 큰 영향이 있진 않지만 수술 시간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의사들은 불필요한 출혈은 가능한 피하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서 완충용액을 피하층에 주입해서 피부와 혈관층 사이에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거나 에피네프린 같은 약물을 사용해서 혈관을 일시적으로 수축시킨 후 수술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의사에 따라 이런 종래의 방식이 생착 여부와 경과에 조금이나마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리적이든 약물을 이용한 방식이든 수술 부위를 최대한 덜 건드려야 한다는 논지인데 그런 원장님들께서 응용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달 미국 피부과 학회지에 실린 연구입니다. 제목을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뱅글 팔찌를 헤모스텟(지혈을 위해 혈관을 집는 집게)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저널에 실린 연구 가운데 제목이 곧 내용인 것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바로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뱅글 팔찌로 슬릿을 만드는 부위를 압박해서 혈류량을 감소시켰다고 합니다. 당연히 출혈이 감소하므로 슬릿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값비싼 장비도 필요 없고 어시스턴트가 도와줄 필요도 없는 황당할 정도로 간단한 개선법입니다. 

뱅글 팔찌로 수술 부위를 누르면 가운데 부분이 봉긋하게 튀어나오면서 슬릿의 각도가 변형될 위험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는 합니다만 적절한 사이즈의 팔찌를 꼭 필요한 만큼의 압력만 가해서 사용한다면 수술 시간을 10분이라도 단축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 j-

 

청소년 탈모 톺아보기

최근 젊은 분들이 탈모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MZ세대가 이전 세대에 비해 미용에 관심이 많아서 머리숱에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청소년분들이 이른 탈모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일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실제로 탈모 증상이 발현되는 시점이 빨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연구는 청소년 유전성 탈모의 역학, 증상과 치료에 대해 조사했습니다. 올해 11월 미국 피부과 학회지에 실린 최신 연구로 탈모로 고민하는 청소년 분들과 보호자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총 7개의 논문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진행한 논문입니다. 이 중 6개는 총 124명(그 중 81명이 남성)에 대해 후향적으로 연구한 논문, 다른 하나는 학술회의에 발표됐으나 논문으로 게재되지는 않은 자료로부터 수집된 53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연구에 등록된 남아는 평균 13.7세, 여아는 10.8세였습니다. 총 655명 가운데 이차성징 이전임이 확인된 대상자는 총 21명이었습니다(확인되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족력 관련 자료가 존재하는 102명 중 77명이 부모 중 한 쪽 이상이 유전성 탈모를 갖고 있었고 25명은 양쪽이 모두 유전성 탈모 환자였다고 합니다. 
96명 가운데 13명이 호르몬 이상 소견을 보였고, 8명이 남성호르몬 과다, 3명이 테스토스테론 부족 등의 소견을 보였습니다. 

진단 방법과 기준은 성인과 다르지 않습니다. 모발 확대경 검사로 연모화율이 증가하였는지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진단 방법입니다. 생검은 꼭 필요하지는 않으며 성인과 마찬가지로 성모 대 연모 비율이 3:1 이하로 떨어지는 소견이 확인됩니다. 다만 여아는 다낭성 난소증후군(PCOS)으로 인해 탈모증이 생길 가능성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의심되는 증상(중심성 비만, 다모증 등)이 동반된다면 호르몬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치료 방법 가운데 가장 선호된 것은 미녹시딜입니다. 한 연구의 세부 내용을 보면 미녹시딜 도포제를 사용한 6명의 여아 가운데 4명이 1년 안에 증상이 정지하거나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고 남아는 29명 중 23명이 비슷한 수준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미녹시딜의 피부 흡수량 역시 성인과 유사하였지만 소아의 체중이 적고 성인에 비해 두피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과량 흡수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습니다. 성인은 전신 부작용을 겪는 사례가 매우 드물지만 이 연구에서는 2% 경구 미녹시딜을 사용한 후 어지러움이나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보고되었습니다. 

5 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즉 프로페시아, 아보다트 같은 탈모약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도 연구되었습니다. 남성 청소년 환자 6명에게 피나스테리드 1mg를 복용하게 했고 전원이 일정 이상의 효과를 보았음이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이 중 1명이 성 기능 부작용을 호소했고 약 복용을 중단한 후에도 호전되지 않았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부작용의 우려 때문에 여성 환자에게 적용한 연구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DHT는 신체의 발생 및 성장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2차 성징이 종료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있습니다. 남성 청소년에게도 수염 발달을 저해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피로노락톤을 사용한 사례도 하나 있었습니다. 9세 여아에게 초기 50mg, 이후 100mg으로 증량하여 복용하게 했더니 탈락량이 감소하고 모량이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6개월의 치료 기간 동안 특별한 부작용 역시 보고되지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저준위레이저치료, PRP 등의 치료가 제시되나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임상적인 의미가 있는 자료는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클리닉에서도 탈모약 복용이 힘든 청소년 환자들을 위해 엑소좀 및 보톡스 치료와 저준위레이저치료를 시행하고 있고 효과를 보는 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 치료를 받는 청소년 환자분들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를 여러분들께 제시해드릴 정도는 아니라 아쉽습니다만 자료가 충분히 누적되는 대로 여러분들께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j-

모발 견인 검사_최신 업데이트

모발 견인 검사는 40~50가닥 정도의 머리카락을 통증이 없는 수준으로 당겨서 몇 가닥 정도의 모발이 빠지는지 경향성을 파악하는 검사입니다. 성장기에 있는 모발은 이 정도의 힘으로는 빠지지 않기 않지만 휴지기 모발은 충분히 빠질 수 있습니다. 즉, 비슷한 개수의 모발을 당겼을 때 빠지는 모발이 많다면 성모 대비 휴지기 모발의 비율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고, 휴지기 탈모를 진단하거나 빠르게 진행하는 유전성 탈모에서 휴지기 비중이 증가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 검사는 선천적인 머리카락의 특성에 따라 결과가 일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양인의 모발은 대체로 두껍고 원형에 가까워서 얇고 타원형인 흑인의 모발에 비해 인장강도가 강합니다. 그래서 다른 인종의 모발에 비해 끊어짐이 덜하고 헤어 시술 때문에 망가질 가능성이 비교적 낮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양인은 휴지기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모발은 같은 강도로 당기더라도 타 인종에 비해 덜 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연구가 있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미국 피부과 학회지 이번 달 호에 실린 따끈따끈한 연구입니다. 198명의 캐나다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로 흑인, 그리고 동양인의 모발 특성이 각각 모발 견인 검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헤어 제품이나 빗질의 시점이 결과를 왜곡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우선 동양인과 백인에 비해 흑인의 탈락량이 많다는 점이 확인됩니다. 동양인은 모발 견인 검사 상 평균 0.37개, 흑인의 모발은 평균 0.48개가 탈락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모발 견인 검사에서 이상이 있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2가닥 이상 탈락할 경우인데, 다행히도 양쪽 모두 넘지 표준편차 2배 범위에서 이 수준을 넘지 않았습니다. 즉, 인종적인 영향이 검사 결과를 해석 기준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