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절개 수술을 하다 보면 사람마다 타고나는 모낭의 특성이 얼마나 다른지 매번 놀라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모낭의 길이가 짧고 직모를 가진 사람일수록 비절개 채취 시 모낭 손상률이 낮은 편입니다. 이 부분에 관해 다른 글에서 설명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직모보다 곱슬머리가 비절개 수술에 난이도가 있는 이유는 모낭이 피부 아래에서도 급격하게 꺾여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모발이식을 하는 의사들은 이런 특징을 스플레이(splay)라고 표현하는데 스플레이가 심할수록 모낭 절단율이 올라가게 됩니다. 최근에 곱슬끼가 심한 분을 수술하던 중 흔히 볼 수 없는 모낭을 발견하여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사진 상단의 피부 조직 윗쪽으로는 머리카락이 일정한 방향으로 잘 모여서 자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피부 조직 아래쪽을 보면 모낭 하나가 큰 각도로 꺾여있습니다. 가운데의 모낭을 중심축으로 보면 거의 30도에 가까운 이격을 보이는 셈입니다.
비절개 채취 시 사용하는 펀치의 직경은 0.8~1.1mm 정도로 다양합니다. 이 모낭은 곱슬이 심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비교적 큰 1mm 펀치를 사용하여 채취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측의 모낭이 손상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모낭을 손상없이 채취하기 위해서는 채취하는 중간중간 꾸준히 모낭의 배열과 손상 부위를 확인해서 펀치 각도와 속도를 최적화해야 합니다. 의사가 아무리 비절개 수술에 숙련되었더라도 모낭의 특성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에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수술방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중한 모낭을 손상시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보어의 원자 모형으로 유명한 과학자 닐스 보어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Anyone who can contemplate quantum mechanics without getting dizzy hasn't properly understood it.'
양자역학을 연구하면서 머리가 어지럽지 않은 사람은 그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물론 모발이식이 양자역학에 비길 만큼 어려운 분야는 결코 아니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더 난해한 부분이 생긴다는 점 하나는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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