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I 슬릿, 노터치 방식의 진화

 

DNI 슬릿이 뭔가요? 그냥 슬릿하고 차이점을 알고 싶습니다. 




최근 환자분 중 DNI 슬릿이 뭐냐고 묻는 분이 있어서 블로그를 통해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DNI는 Dull Needle Implanter의 약자로, 풀이하면 '바늘 끝을 뭉툭하게 만든 식모기'란 뜻입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브라질 의사 마우로 스퍼란지니(Mauro Speranzini)가 2017년 3월 세계모발이식학회지에 'Graft Placement Using the Dull Needle Implater(DNI) Technique(뭉툭한 식모기를 이용한 모낭 이식)'이란 제목으로 글을 썼는데, 거기서 DNI라는 말이 쓰이게 되면서 용어가 많이 알려졌습니다. 

이 방식의 기원은 노터치 방식(No-Touch Technique)입니다. 모발이 들어갈 구멍을 미리 작은 칼이나 바늘로 만들어 놓고, 식모기를 이용해서 그 구멍에 넣는 방법입니다. 



2004년에 출판된 모발이식 교과서(4판)에 노터치 방식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퍼란지니의 DNI는 여기에 한가지를 추가한 것입니다. 



위 사진처럼 식모기의 끝을 사포 등으로 갈아서 뭉툭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미 두피에 모발이 들어갈 구멍, 즉 슬릿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에 굳이 뾰족한 바늘을 써서 2차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의도입니다. 

사실 이 방법은 전부터 모발이식을 하는 의사들 사이에서 쓰이고 있는 방법이었습니다만, 글로 정리하고, 이 방식을 DNI로 명명한 것은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 DNI 슬릿을 하는 영상이 있습니다. OKT 식모기 홍보 영상으로 보이는데, 푸른색 표시로 된 구경이 작은 식모기로 먼저 구멍을 만든 후 모낭을 장착한 붉은 표시로 된 식모기로 이식하는 모습입니다. 



기존의 슬릿 방식이 수술 시간이 오래걸리고, 간호 스태프의 교육에 적지않은 시간이 걸리며, 스태프의 숫자도 많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장비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식모기를 갈아서 쓰는 DNI 슬릿 방식 외 몇가지 모낭 삽입 도구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최근에 써봤던 KEEP(Koray Endorgan Embedding Placer)라는 도구입니다. DNI보다 기존 슬릿 방식에 좀 더 가까운 장비인데, 역시 끝이 뭉툭하고 슬릿을 미리 만들어 포셉으로 밀어넣는 도구입니다. 이식 방식을 슬릿방식과 식모기 방식으로 나눌 때, DNI는 식모기 방식에 좀 더 가까운 혼용법이라면, KEEP은 슬릿 장식에 좀 더 가까운 도구입니다. 


 KEEP의 원리에 대한 동영상입니다. 


위 사진은 제가 개발했었던 슬릿 전용 식모기입니다. 


원래 슬릿 방법은 칼이나 바늘로 구멍을 만들어놓고 포셉으로 이식하는 방법인데, 인력을 줄이거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많은 의사들이 좋은 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도 위에 보여드린 장비 외에도 여러 장비를 개발하였는데 실제로 기존 슬릿 방식을 대체할만한 방법은 쉽게 만들어내기가 어렵더군요. :)


위 동영상은 기존의 슬릿 이식 방법입니다. 저희 병원 것은 아니고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DNI슬릿, KEEP 같은 장비의 장점은

1. 의사가 채취와 슬릿 작업 뿐 아니라 삽입 작업까지 모두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슬릿방식은 모낭의 채취와 슬릿을 만드는 것은 의사가, 삽입 작업은 간호스태프들이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삽입 작업까지 의사가 다하게 되면 10시간 이상의 수술 시간이 필요하고, 노동 강도가 심해서 채취나 슬릿 작업에 영향이 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DNI는 식모기를 활용하므로 삽입 시간을 식모기 시간과 비슷하게 단축할 수 있고, 식모기를 써야 하므로 삽입 작업도 의사가 전부 하게 됩니다. 

2. 수술 시간이 단축된다. 

기존 슬릿 방식을 의사가 혼자 삽입까지 하게 되면 10시간 이상의 수술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식모기를 활용하는 DNI, KEEP, 이지그래프터는 슬릿 방식보다는 훨씬 빠른 시간에 이식이 가능합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DNI슬릿, KEEP 단점은

1. 고밀도를 만들기에 기존 슬릿 방식보다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식모기 구경보다는 슬릿 구경이 작게 만들기가 용이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2. 이식 시 두피에 가해지는 압력이 슬릿방식보다 더 높아서 수술 중 이식 모낭이 튀어나오는 파핑(popping) 현상이 있습니다. 특히 고밀도 이식 시 많이 발생합니다. 

3. 슬릿의 장점인 스너그 핏(snug fit)이 어려워서 수술 시 모낭이 튀어나오는 현상이 많고, 수술 후 모낭에 확산에 의한 영양 공급이 적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관련글: 모발이식 생착률을 높이는 스너그핏 효과)

4. 식모기 장착을 위해서 모낭 주위 조직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는 모낭 손상의 가능성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의사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제가 시술 시에는 DNI, KEEP보다는 기존 방식이 좀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밀도를 촘촘하게 할 필요가 없는 환자분, 혹은 환자분이 의사가 삽입까지 해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DNI, KEEP, EZ GRAFTER을 시행하는 케이스는 흔하지 않습니다. 


-뉴헤어 대머리블로그-






김진오 jinokim@iNEWHAIR.com | NHI뉴헤어 대표원장 | 성형외과전문의 미국 모발이식 전문의(ABHRS)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클릭해주세요. 대머리블로그에 질문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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